고요한 십자가의 길에서 찾는 평화

깊은 숲속과 산자락에 자리 잡은 특별한 공간들은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역사와 깊은 평화를 선물합니다. 오늘은 두 곳의 성지, 경기도 하우현 성당과 충남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를 중심으로 그곳에 담긴 이야기와 십자가의 길이 주는 감동을 살펴보려고 해요. 각기 다른 풍경과 역사를 지녔지만, 믿음과 희생, 그리고 평화라는 공통된 가치로 우리 마음을 울리는 곳들이랍니다.

구분위치주요 특징
하우현 성당경기도산속 교우촌, 감정이 살아있는 십자가의 길
갈매못 순교성지충남 보령바닷가 순교터, 역사적 아픔과 영광의 공간

하우현 성당, 숲속에 피어난 작은 신앙 공동체

하우현 성당은 분당과 의왕 사이의 도깨비 도로 근처에 숨어있어요. 도로 옆을 지나다 보면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작고 아담한 성당인데, 특히 겨울 폭설이 내린 후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을 때의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다고 해요. 이 성당은 공식적으로 지정된 성지는 아니지만, 성지 순례 길에 포함될 만한 의미를 가진 곳이에요. 조선 말기 박해를 피해 지형이 험한 산골짜기로 피신한 신자들이 모여 살던 교우촌 위에 세워졌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죠. 1801년 신유박해 때 이 지역 신자였던 한덕운(토마스)과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루도비꼬 볼리외 신부를 비롯한 순교자들의 기념비가 서 있어 그때의 신앙을 기억하게 합니다.

성당 본당 내부는 매우 독특한데, 의자가 일부 있지만 바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치 옛날 초가집에서 모여앉았을 법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하우현 성당의 진정한 핵심은 십자가의 길이에요. 산길을 따라 펼쳐진 십자가의 길 각 처(站)는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서,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감정을 전달하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고통과 평화라는 모순된 감정이 교차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죠. 특히 병사가 손바닥에 못을 박는 장면의 십자가는 너무나 강렬해서 예수의 시선이 되어 바라보면 참으로 무시무시하면서도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함께 이상한 평화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해요.

하우현 성당 십자가의 길 산길을 따라 설치된 조각상
산림 속 십자가의 길이 주는 고요한 묵상의 시간

성당 뒤편으로 이어지는 언덕 위 공간은 생각보다 넓고, 가을이면 무심코 피어난 야생화들이 곳곳에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작은 성당 안에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에요. 성당 내부에는 연통 난로가 있는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 추운 겨울에 다시 방문해 따뜻한 온기와 함께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 바다가 지켜본 아픔과 영광

서해 바닷가에 새겨진 순교의 역사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에 자리한 갈매못 순교성지는 하천이 서해 천수만으로 흘러드는 해안가에 있어요. ‘갈마음수형’이라는, 목마른 말이 물을 먹는 형상의 명당이라 불리는 이곳은 이름 자체가 ‘갈증을 채워주는 생명의 물이 있는 곳’이라는 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프랑스인 다블뤼 주교를 포함한 다섯 성인(한국인 2명, 외국인 선교사 3명)이 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참수형을 당한 비극적인 장소이자,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성지가 되었어요. 1927년부터 성지로 관리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넓은 주차장과 함께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성당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과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

성지 내부에는 산책로를 따라 십자가의 길 14처가 설치되어 있어요. 인간 예수가 겪은 고통을 조각을 통해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지 안에 있는 대성당에는 당시의 기록을 그림과 글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솟재를 넘는 다섯 분의 순교자’ 이야기는 특히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순교자들이 처형 장소로 끌려가던 중, 포졸들이 일을 늦추려 하자 다블뤼 주교가 “알 될 말이오. 우리는 내일 죽어야 하오”라고 외쳤다는 기록이 있죠. 그들은 예수님이 수난을 당하신 성금요일에 순교하기를 원했던 거예요.

형장이 된 바닷가에는 수많은 구경꾼이 모였고, 안타깝게도 망나니의 잔인한 행동으로 순교자들의 마지막 순간은 더욱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신이 사흘 동안 장깃대에 매달려 전시되었을 때, 주변에 있던 까마귀와 들개들이 그들의 얼굴 근처에는 가지 못했다는 기록은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성지 곳곳에 세워진 비석들은 그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며, 2016년 순교 150주년을 맞아 프랑스 순례단이 고향의 흙을 가져와 심은 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고 하네요.

두 성지가 주는 마음의 쉼과 생각

하우현 성당과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는 공간과 역사는 다르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히 통합니다. 하우현 성당은 숲속의 고요함 속에서 개인의 내면을 돌아보고 평화를 찾게 하는 은신처 같은 공간이라면, 갈매못 순교성지는 넓은 바다와 하늘 아래에서 집단적인 희생과 영광을 기억하게 하는 넓은 광장 같은 곳이에요. 두 곳 모두 십자가의 길이라는 형식을 통해 방문자에게 깊은 묵상과 감정적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공간을 방문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관광지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마음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예요. 하우현 성당의 십자가의 길에서 느꼈던 고통과 평화의 공존, 갈매못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떠올렸던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고요함. 이런 대조적인 감정들이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지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입장료는 없고,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어요. 하우현 성당은 월요일이 휴무일이며, 갈매못 성지는 언제든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공식 성지이든 아니든, 그런 명칭보다는 그 공간 자체가 주는 평화와 감사함이 더 큰 의미라는 것을 두 군데를 통해 깨닫게 되네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한 길을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이곳들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는 고요한 평화가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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