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은 늘 설레고 반갑습니다. 올해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순간이죠. 올해는 작년과 달리 학기 초부터 무자비하게 진도를 빼려던 계획이 있었지만, 함께 일하게 된 동료 선생님의 따뜻한 제안으로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첫 시간을 열게 되었습니다. 바로 ‘봄 시’로 시작하는 수업이었어요. 봄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시들을 읽고, 빈칸을 채우고, 함께 감상을 나누는 시간은 예상치 못하게 즐겁고 유익한 출발점이 되었답니다.
목차
봄 시 수업의 핵심 활동
이번 봄 시 수업은 크게 두 가지 주요 활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봄꽃’과 이문재 시인의 ‘봄날’을 중심으로 시의 언어와 이미지를 깊이 있게 느끼고,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 보는 시간이었죠. 각 활동의 목적과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활동 | 사용된 시 | 주요 내용과 목표 |
|---|---|---|
| 빈칸 채우기 | 함민복 ‘봄꽃’ | 시어의 함의와 ‘역설’, ‘낯설게 하기’를 발견하며 시의 깊이 이해하기 |
| 시어 상상하기 | 이문재 ‘봄날’ | 시의 맥락과 분위기에 맞게 자신만의 시어를 채워보며 창의적 감상하기 |
| 브레인스토밍 & 토론 | 다양한 봄 시 | 봄과 관련된 연상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고, 짝과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기 |
함민복 ‘봄꽃’ 속 숨은 의미 찾기
첫 번째 활동은 함민복 시인의 ‘봄꽃’으로 시작했습니다. 학습지에 ‘꽃침’이라는 단어가 빈칸으로 처리되어 있었죠. 처음에는 아이들이 ‘꽃잎’, ‘봄꽃’처럼 평범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시의 앞부분을 함께 천천히 읽어가며 ‘부드러움에 찔려’라는 표현에 주목하게 했어요.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에 찔린다는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삐거나 부은 마음’이 그런 부드러운 찔림을 통해 ‘환해지고 선해’지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치유’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결국 ‘주사기’나 ‘침’과 같은 방향으로 생각이 모아지며 정답인 ‘꽃침’을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시 속에 담긴 역설적인 표현, 부드러운 꽃이 마치 침처럼 찌르며 마음을 낫게 한다는 생각을 아이들이 직접 발견해내는 과정이 정말 신기했어요.

이문재 ‘봄날’에 상상력 더하기
다음은 이문재 시인의 ‘봄날’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청년이 목련꽃을 보고 급히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시죠. 여기서는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라는 구절과 마지막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라는 구절에 빈칸을 만들어 제시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봄날과 어울리는 자신만의 시어를 자유롭게 채워보도록 했어요. 아이들의 대답은 정말 다양하고 통통 튀었답니다. ‘인스타에 공유할 데가 있을 거라고’, ‘전송할 데가’, ‘꽃향기처럼 순한’ 등 현대적인 감각과 감성적인 표현이 모두 나왔죠. 가장 귀엽고 웃겼던 건, ‘계란탕처럼’이라는 비유 부분에 제 이름을 넣은 아이였어요. 평소엔 말썽부리던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발상을 해주니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시는 정해진 해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풍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은 다양한 봄 시
두 편의 시로 시작한 수업을 바탕으로, 봄과 관련된 다른 시들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각 시마다 다른 감정과 깊이가 담겨 있어서 아이들의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좋은 자료가 되었죠.
- 윤동주 ‘봄’ : 시인은 봄을 조국 독립에 대한 염원으로 그렸습니다.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는 구절에서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희망을 읽을 수 있어요. 마지막 말줄임표는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대한 기다림과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의미를 결정한다는 깊은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꽃과 술과 촛불 같은 소중한 것들조차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빛을 잃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 한용운 ‘꽃이 먼저 알아’ :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길가의 꽃송이에 맺힌 것이 아침 이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눈물이었다는 반전을 통해 깊은 슬픔과 고독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윌리엄 워즈워스 ‘수선화’ : 영국의 대표 낭만주의 시인의 작품으로, 자연과의 만남이 어떻게 고독한 순간을 축복으로 바꾸는지 보여줍니다. 황금빛 수선화 군락을 본 순간의 기쁨이 시간이 지나 기억 속에서 다시 소중한 위로가 되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요.
나태주와 류시화의 따뜻한 위로
봄 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태주 시인의 ‘봄’은 소박하지만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전합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구절은 사랑과 인내의 관계를 담백하게 보여주죠. 류시화의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은 꽃샘추위라는 고난이 결국 꽃을 피우는 과정임을 일깨워 주는 시입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것이 나를 더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고 있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봄 시가 주는 선물 같은 가치
이렇게 봄 시를 중심으로 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많았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시가 단순히 문학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살아 있는 언어라는 점이었어요. 함민복의 ‘봄꽃’을 통해 아이들은 역설적인 표현의 매력을 발견했고, 이문재의 ‘봄날’을 통해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윤동주의 시에서는 역사적 아픔과 희망을, 워즈워스의 시에서는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평화를 느낄 수 있었죠.
또한, 이런 활동 중심의 수업은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빈칸을 채우며, 친구의 생각에 댓글을 달며, 자신만의 시구를 쓰며 아이들은 창의력을 발휘했고, 서로의 다른 시각을 존중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봄하늘을 보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시 속에서 만나는 봄은 우리 마음에 푸르름과 따뜻함을 선물해 줍니다. 이번 봄, 여러분도 마음에 와닿는 봄 시 한 편을 찾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작은 시 한 편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