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오면 유난히 시장 바구니를 자주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뜨거운 여름의 기운이 빠지고, 제철을 맞은 해산물들이 하나둘씩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기다리는 재료는 단연 가을 꽃게입니다. 푸짐한 햇박의 제철을 맞아 달짝지근한 게딱지 장을 찍먹하다 보면 계절이 참 정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목차
제철 꽃게 구매부터 손질까지 고민의 시작점
올해는 지인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싱싱한 꽃게를 고르기 위해 이곳저것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급속도로 발달한 정보력 덕분에 어렵지 않게 최고의 상품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상인들만의 팁을 전수받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보통 9월부터 11월에 겉절이를 담글 때처럼 푸짐한 양의 넉넉한 수율이 좋은데, 그 경계에서 우매한 저를 깨우쳐 줍니다. 무슨 수까지 바랄까요.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제철 숫꽃게입니다.
사실 살아있는 게를 만져볼 생각을 하니 겁이 나긴 했습니다. 막상 집에 데려와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지르는 이 시대에 전 오히려 고마울 뿐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우리 가족의 저녁밥을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습니다. 저는 게와의 전투에서 여유 있게 이기기 위해서, 요리 전에 가장 먼저 냉동실에 30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갑자기 기절할 수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입니다.
꽃게 찌기 전 최신 필수 체크리스트
일반적으로 냉동실에 30분만 있어도 신진대사가 느려져 조용해지는데, 이때 재빨리 껍질부터 이물질까지 흐르는 물에 헹궈달라고 합니다. 꽃게의 배꼽 부분을 위로 향하면 노란 알을 가진 암컷이고, 길쭉한 삼각형 모양의 볼록한 무늬가 보이는 것이 수컷입니다.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제 어떤 꽃게 요리를 해 먹을지, 가족 밥상 차리는 재미가 조금은 다가옵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신선한 햇꽃게 요리를 즐기기 위해 기본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 구분 | 암컷 | 수컷 |
|---|---|---|
| 계절 | 봄(4월~6월) | 가을(9월~11월) |
| 특징 | 알과 내장이 오독 | 살이 꽉 차고 큼 |
| 추천 요리 | 게장, 탕 | 찜, 조림 |

치아라도 박을 듯하던 다리뼈와 내장을 정리하고 나면 이번에는 게에서 뿜어 나오는 비린 맛을 건강한 방법으로 잡아보려고 합니다. 바로 냄비 바닥에 무를 넉넉하게 깔고, 그 위에 꽃게를 배가 위로 가도록 평평하게 올려주는 것입니다. 노릇하게 익는다는 것보다는 아래위로 잘 통하게끔 바구니형 찜기에다가 소주 한 컵을 꼭 넣어 우러나게 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뜨거운 증기가 위로 올라오며 게 내장이 끓어 넘치지 않고 수분이 고루 닫아 어디부터 들어도 군더더기 없는 밑반찬이 완성됩니다.
실패하지 않는 특별한 시간의 완성, 찜질 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불 조절과 시간입니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두툼한 게살이 쫄깃하고 반은 익고 반은 설익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익습니다. 첫불에 센 불로 5분간 끓여주다가, 김오르고 난 뒤에는 중약불로 낮춰서 15분을 봐주셔야 합니다. 라면 봉지 위의 조리법처럼 누구를 시키기에는 아쉽지만 저는 항상 타이머를 꼭 설정해두는 편입니다.
불을 끄고 난 뒤에는 밀뚜껑을 열어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꼭꼭 눌러주시고, 이따금 남는 불이것을 불꽃의 여운이라고 알고 있어도 김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냄비째 테이블로 나릅니다. 5분의 뜸들이는 시간 동안 뜨거웠던 기운이 게 몸속으로 스며들며 파삭했던 살이 맑아지기 시작하는 그 기분은 정말 눈부시기 그치지 않습니다. 잠시 말이죠.
남은 간편함을 위한 마무리 정리
입맛을 돋우는 새콤달콤한 초간장을 곁들이면 금상첨화입니다. 먹다 보니 조금 양이 아쉽더라고요. 저는 조만간 이렇게 해물을 우려낸 육수에 밥을 볶아 먹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 초고추장에 찍어서 맛을 보니 어느 고깃집 사장님이 될 뻔한 육개장보다 더 진국인 향이 제법 깊더군요. 자연스레 이번 주말에도 햇꽃게 요리를 한 수저 더 뜰 수 있는 사치를 부려보려고 합니다.
제가 만드는 김장과 별개로 몸집만 보고 고른 게 절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손이 미치는 대로 한 점 갈라 뜯어 먹는 비주얼이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저와 친구들 혼자만 알기 아까워서 널리 신봉선을 알리려 합니다. 이렇게 해서 먹기 좋은 매장 안에서는 냄새 하나 없이 마무리되었으니, 중요한 몇 가지만 잘 기억하시면 됩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초보자분들은 누구나 이겨낼 수 있습니다.
궁금해서 요리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게똥 때문에 조리하는 게 망설여질 때가 많지요. 저도 주변의 많은 분들이 저희 집에 놀러 오게 되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이것인데, 사실 초보자 머리에 올라타는 지킬 수 없는 우리 역사. 냉동 기절법을 모르던 시절에는 어떤 위험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답변을 남깁니다
Q: 살아있는 게가 무서워요. 30가 닥쳐도 안전한가요?
A: 네, 냉동실에 넣는 순간 적은 공간에서 느려질 수 있습니다. 다만 꼭꼭 뚜껑을 잘 닫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하며, 요리하기 전 흐르는 물에 상처가 없는지 밀착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Q: 무가 없다면 대체재나 생략해도 상관없나요?
A: 네, 무는 단맛을 배가시켜 주는 것뿐만 아니라 탄 냄새를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찜통에 물을 더 붓고 미역이나 다시마 우려낸 물을 사용해도 더 맛있어요.
오늘의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저는 가끔 이렇게 좀 더 특별한 식사를 하기 위해 김치를 사는데, 이번에는 냄새 때문에 실패하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는 통통한 접시가 아무리 기다려도 질리지 않는 소박한 금요일 저녁을 향해 눈을 뜹니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맛있는 게 가장 좋은 법이지요. 저희 집에서 시작한 햇꽃게 한 접시가 여러분 댁 식탁에는 오늘의 메뉴로 행복하게 등판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