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농약풋귤로 청귤청 담그는 계절

무더운 여름이 한풀 꺾이고 아침저으로는 제법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8월의 끝자락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볕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아 땀이 축축하게 맺히는 요즘, 저는 유독 초록빛이 곱게 내려앉은 과일이 생각이 납니다. 땀을 식혀 줄 시원한 음료가 간절해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 향기, 그래서 오늘은 이맘때만 만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입안에 산뜻한 바다 내음이 번지는 고마운 제철 식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제주의 파란 초원에서 자란 이 푸른 열매는 그냥 두면 노랗게 익을 감귤을 바람이 마르기 전에 이르러 수확해 맛과 향이 더욱 진합니다. 다만 그 철이 유난히 짧아서, 한 해를 지켜봐 준 분이 아니면 좀처럼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늘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그 마음이 커졌습니다. 긴 장마와 살인적인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고생이 많았을 이웃들에게 저는 자랑스럽게 난 누구보다 화려한 행보를 선물받은 1인으로서 이 선물 같은 과일의 이야기를 이제 들려드릴게요.

초록 얼굴에 이런 비밀이

혹시 이 제철 과일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 보셨습니까. 입안이 꽉 차는 톡 쏘는 신맛과 어우러진 새콤한 풍미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 이름, 무농약풋귤이 바로 이 열매입니다. 귤이 한창 자라 초록빛을 띠는 여름철의 태풍을 뚫고 나온 터라 워낙 야무지고 알차게 자라서인지 시중에서 판매하는 큰 것보다 오히려 알맞은 사이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아이의 이유식부터 어르신의 건강을 위한 음식까지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친환경 인증 재료라는 점입니다. 껍질째 통째로 섭취하는 데다 오히려 향긋한 껍질이 주재료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허브 역할을 하니까요. 이 푸릇한 열매가 가진 은은한 상큼함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모두에게 자연이 깃든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해 주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무농약풋귤

무농약풋귤은 껍질째 씻어 바로 먹을 수 있어 주방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데요. 제가 꾸준히 구매하는 농가 분이 말씀하시길, 좋은 상품을 고르는 팁을 잘 기억해 두면 마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실패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동안 제가 많이 당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정리한 알짜 정보를 표로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항목상세 내용
출하 시기8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주산지제주 성산일출봉 인근
재배 방식화학 농약과 합성 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
추천 대상아이 이유식, 건강 차, 베이킹 재료
주요 활용처청귤청, 에이드, 소스, 드레싱

신선한 상품을 고르는 일

매번 장을 볼 때마다 저를 도와주는 팁이 하나 있습니다. 먼저 무농약풋귤을 고를 때는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들면서 단단한 것, 그 다음으로 향이 유독 진하게 올라오는 것을 고르는 일입니다. 꼭지를 유심히 보시면 확실한데 수확 시기가 오래 지나지 않은 것은 파릇한 생채를 띠고 있어 오래 두고 먹어도 물컹해지지 않고 아삭함이 오래 유지됩니다. 시중에서 비닐봉지에 잔뜩 넣어 흐물거리는 것은 오래된 경우가 있으니 가능하면 밀봉하지 않은 신선한 것으로 고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과실이 단단할수록, 크기가 작을수록 과육이 촘촘하고 신맛이 강하다는 점도 참고하시고요. 저는 주로 3kg 혹은 5kg 단위로 주문해서 며칠에 나눠 먹을 만큼 소분해 두고 있습니다. 오자마자 작은 병에 나누어 담아두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요긴하고, 실온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향긋한 향이 배가 되면서 과육은 더욱 말랑해집니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청귤청 담그기

좋은 재료를 구했으니 이제 가장 재미있는 담그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사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마트에서 산 청이나 에이드를 자주 샀던 적이 있었는데요. 설탕에 절어 있는 것을 보며 뭔가 속는 느낌이 들었는지 해서 였을까요. 그날로 폼 나는 홈카페의 꿈을 접고 작년까지만 미뤄뒀던 청귤청 만들기에 올해는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것과 만드는 과정

청귤청에 필요한 것은 정말 간단합니다. 무농약풋귤과 설탕, 그리고 완전히 건조한 소독한 병이 전부입니다. 간단하고 건강한 맛을 원하시는 분들은 계피나 생강을 조금 곁들여서 향을 더해 주셔도 좋습니다.

  • 무농약풋귤은 흐르는 찬물에 한 번 손으로 슥 비벼 준비
  • 도마에 밀가루 없이 채반에 밭쳐 꼭 짜서 잠시 두기
  • 슬라이스나 반달 모양으로 얇게 썰기
  • 소독한 병에 설탕 1:1 비율로 번갈아 두껍게 깔아주기

여기서 저만의 작은 비장의 카드가 하나 있는데, 재료 중 절반 정도는 따로 즙을 내어 섞어 주는 것입니다. 그냥 생과일을 썰어 담그는 것보다 은은하면서도 진한 향이 그대로 배어나와 만들고 나서도 없이 유심히 관찰하고 있노라면 중간중간 생기는 일수도 없지 않고서요. 설탕이 골고루 녹아 시럽이 뽀얗게 배어 나오기 시작하면 한 솔 더 떠서 마시기 아까운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실온에서 대략 하루 정도 두었다가 설탕이 완전히 녹은 상태를 확인한 뒤 냉장고로 옮기면 평생 보관이 걱정되지 않게 만들어집니다.

내가 마시는 수제 에이드가 되기까지

드디어 대망의 시음 순서입니다. 시원한 탄산수 반 잔에 완성된 청귤청을 두 스푼 넣고 얼음을 잔뜩 넉넉히 채웁니다. 바닥에 가라앉지 않게 숟가락으로 살짝 저어 주기만 하면 완성도 높은 풋귤에이드가 탄생합니다. 뚝! 소리가 귀에 맴도는 순간이지요. 무더위에 쌓인 담담증과 더위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첫 모금은 기가 막힙니다. 기분 좋은 새콤함이 가라앉지 않고 끝까지 상큼 발랄하게 유지되어 술자리에서도 부전지가 따로 없다고 할까요.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지만, 취향에 따라 레몬즙을 살짝 넣으면 그 향과 맛이 더욱 풍부해집니다.

또 한 가지, 시음에만 그치기 아까워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해 샐러드 드레싱으로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잘게 다진 양파와 꿀, 올리브유, 발사믹식초, 소금, 후추 그리고 청귤청을 조금 넣고 저으면 통통하게 삶은 닭가슴살 샐러드에 뿌려 먹었는데 접시까지 깨끗이 비웠습니다. 이쯤 되면 만능 청국장인지, 청귤청인지 헷갈릴 정도로 활용처가 무궁무진합니다.

오래 즐기려면, 이렇게 보관하세요

완성된 청귤청은 될 수 있으면 통풍이 잘되고 습기가 적은 곳, 가급적이면 냉장고 신선실에 넣어 관리를 해주시는 것이 속이 편합니다.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작은 단지에 나누어 담아 냉동고에 얼려두었다가 꺼내 먹어도 좋습니다. 이렇게 얼려 두면 향이 덜 날아가 퍽 좋은 상태로 맛을 유지하며 보관하기가 수월해져 요긴합니다.

계절의 향을 나누는 기쁨

여기까지 해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딱 만나볼 수 있는 향기 나는 결실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짧은 계절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기 쉬웠지만 이렇게 막상 담가 놓고 보니 무더웠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군요. 좋은 식재료 하나가 우리 집 한 끼를 든든하게 만들고, 남편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푸르게 어루고 만지는구나 싶어 참 기특합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만큼은 가까운 농가주택을 방문하시거나 배송을 이용해 이 향긋한 무농약풋귤을 일상에 들여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늦기 전에 서두르셔서 남은 늦더위도 상큼하게 물리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농약풋귤은 씻지 않고 바로 사용해도 되나요?

A. 무농약 등급 인증을 받은 청정 과일이란 하더라도 생산 과정 중 미세한 먼지와 이물질이 붙을 수 있어 흐르는 물에 연하게 문지르며 한 차례 씻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다음 물기를 완전히 빼고 활용하시면 됩니다.

Q. 청귤청은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나요?

A. 무농약 과육을 설탕 비율 1대 1로 하여 습기 없이 보관한다는 가정 아래 밀봉 후 냉장 보관하면 1년도 거뜬하지만 개봉을 한 이후에는 가능하면 3개월 이내에 드시는 것이 향과 식감에서 뛰어납니다.

Q. 설탕을 조금 넣고 실패한다거나 끓여도 되나요?

A. 생과일 그대로 설탬에 숙성시켜 드시는 것을 권합니다. 굳이 끓이게 되면 향긋한 향이 금방 날아가고 특유의 알싸한 매운 향도 사라질 수 있어요. 기호에 따라 꿀이나 조청을 절반 정도 섞으셔도 달큰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