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븐 갑마장길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자리한 도보여행 코스입니다. ‘쫄븐’은 제주어로 ‘짧은’이라는 뜻이고, 갑마장은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하는 최고의 말인 갑마를 기르던 국영 목장을 말합니다. 그 옛길 가운데 걷기 좋은 구간만 모아 만든 길이 바로 쫄븐 갑마장길입니다. 총 거리는 약 10km로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이며, 오름과 편백숲, 삼나무숲, 잣성길까지 두루 살필 수 있습니다.

출발 전에 쫄븐 갑마장길의 핵심 정보를 한눈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 표만 살펴보아도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집니다.
| 항목 | 내용 |
|---|---|
|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대 |
| 거리 | 약 10km 원점 회귀 |
| 소요 시간 | 3시간에서 4시간 |
| 주차 | 조랑말체험공원 또는 따라비오름 주차장 무료 |
| 주요 지점 | 행기머체, 가시천, 따라비오름, 잣성, 대록산, 유채꽃프라자 |
목차
쫄븐 갑마장길을 걷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출발점과 주차
쫄븐 갑마장길은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가장 편한 방법은 조랑말체험공원에 차를 두고 출발하는 것입니다. 주차장이 넓고 무료라서 부담이 없으며, 화장실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습니다. 따라비오름 주차장에서 출발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등산을 먼저 시작하는 구성이 됩니다. 저는 조랑말체험공원에서 출발하여 행기머체를 지나 가시천을 따라 걷는 순서를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완만한 경사로 시작해서 따라비오름을 정상에서 만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준비물은 생각보다 단출합니다. 물과 간단한 간식, 그리고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얇은 겉옷이면 충분합니다. 제주 중산간은 날씨가 순식간에 변하는 곳이라 얇은 우비나 방풍 자켓을 챙기면 든든합니다. 운동화도 괜찮지만 등산화처럼 미끄럼 방지가 되는 신발이 더 편안합니다. 길 자체가 대체로 부드러운 흙길과 숲길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리한 장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비오름에서 만나는 오름의 여왕
쫄븐 갑마장길의 백미는 단연 따라비오름입니다. 따라비오름은 제주 오름 가운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오름으로 손꼽히며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표고는 342m로 높지 않지만, 오르는 길이 조금 가파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오르면 부담이 덜합니다. 정상 부근에 오르면 세 개의 분화구가 독특하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앙에 말굽 모양의 굼부리가 있고, 좌우에 두 개의 굼부리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제주 오름 중에서도 이렇게 세 개의 분화구를 가진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가을에 방문하면 따라비오름 능선을 뒤덮은 억새가 장관을 만들어 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정상에 있는 평상에 앉아 멀리 새끼오름과 모지오름, 장자오름을 바라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는지 절로 이해가 됩니다. 따라비오름은 땅할아버지오름이라는 뜻을 담고 있고, 주변의 오름들이 하나의 가족처럼 이어져 있는 정겨운 풍경도 인상적입니다.
잣성길과 대록산으로 이어지는 숲길
따라비오름에서 내려오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뀝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길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잣성이라는 옛 돌담이 나타납니다. 잣성은 조선시대에 목장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쌓은 돌담입니다. 제주 중산간 지역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길이라서 걷는 내내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돌담 옆으로 이어진 오솔길은 햇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쉬어 가기에도 좋습니다.
숲길을 벗어나면 큰사슴이오름이라 불리는 대록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록산은 표고 474.5m로 쫄븐 갑마장길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오름입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한라산과 주변 오름 군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대록산 정상에는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을 지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만 대록산은 정상 주변이 울창한 나무로 덮여 있어 분화구의 모습을 뚜렷하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대신 동남쪽으로 트인 전망이 시원해서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실제로 걸으며 느낀 쫄븐 갑마장길의 분위기
저는 이른 아침에 비가 그친 뒤 쫄븐 갑마장길을 걸었습니다. 공기에는 비 내린 흙내음이 남아 있었고, 숲은 더욱 짙은 초록빛으로 다가왔습니다. 길을 걷는 내내 마주친 사람들이 서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렀습니다. 가끔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돌려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다만 이정표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림길이 나오는 지점에서는 방향을 확인하지 않으면 엉뚱한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저도 중간에 한 번 멈춰 서서 주변을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쫄븐 갑마장길은 기본적으로 큰 길을 따라가면 되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안개가 끼면 길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지도를 미리 저장해 두거나, 출발 지점에 있는 안내문을 꼼꼼히 사진으로 찍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유채꽃프라자 부근에서는 도로변으로 나가지 말고 좌측에 있는 구부렁문을 찾아야 원활하게 숲길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쫄븐 갑마장길은 단순히 걷기만 하는 길이 아닙니다. 따라비오름의 억새와 분화구를 보고, 편백숲의 피톤치드를 마시고, 조선시대 잣성의 흔적을 더듬는 동안 몸과 마음이 함께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름과 숲길, 초지와 돌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이라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힘든 구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만나는 풍경이 크게 다가옵니다.
쫄븐 갑마장길을 더 편하게 걷는 방법과 마무리 인사
시간이나 체력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하프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전체 10km 구간 중에서 따라비오름을 중심으로 한 앞부분만 걸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름을 더 사랑하는 분들은 대록산까지 꼭 포함해서 완주를 권합니다. 대록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억새 물결은 웅장하기 그지없고, 유채꽃프라자 앞에서 보이는 풍력발전기의 실루엣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걷기가 끝나고 조랑말체험공원으로 돌아오면 하루의 운동량이 절로 채워집니다. 주차장 근처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한 장 남기면 쫄븐 갑마장길의 시작과 마무리를 기념하기에도 좋습니다. 저는 이 길을 걸으면서 ‘제주다운 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풍경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가을 억새가 한창일 때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쫄븐 갑마장길은 반복해서 걸어도 매번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길이라서, 계절을 바꿔가며 방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느긋한 마음으로 숲과 오름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쫄븐 갑마장길을 추천합니다. 가족과 함께 천천히 걷기에도 좋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습니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주저 없이 출발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쫄븐 갑마장길은 초보자도 걸을 수 있나요? A.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르막이 있는 따라비오름 구간은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정상까지 거리가 짧아 천천히 오르면 됩니다. 나머지 구간은 대부분 숲길과 완만한 초지라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Q. 주차는 어디에 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조랑말체험공원 주차장이 가장 편리합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출발 전에 준비를 마치기 좋습니다. 따라비오름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쫄븐 갑마장길을 걸을 때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인가요? A. 가을이 가장 좋습니다. 따라비오름과 대록산의 억새가 절정을 이루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봄에는 신록과 유채꽃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