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이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와 질문을 남긴 이 사건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인천을 시작으로 한 추모 전시부터 해외에서 이어지는 기억의 행보까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과 그 의미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목차
세월호 12주기, 기억을 잇는 예술의 목소리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참사의 상처를 기억하고 서로의 삶과 감정, 사회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진행되었습니다. 2026년 2월부터 4월까지 인천, 안산, 제주를 순회하며 열린 <연결(連結)> 전시는 생존자, 유가족, 예술가라는 서로 다른 세 모둠이 함께 만들어낸 공간이었습니다.
| 순회 전시 일정 (2026년) | 장소 |
|---|---|
| 2월 3일 ~ 2월 15일 | 인천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 |
| 2월 16일 ~ 2월 28일 |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 |
| 3월 3일 ~ 3월 31일 | 4.16생명안전교육원 |
| 4월 1일 ~ 4월 30일 | 제주문예회관 |
세 모둠이 만든 하나의 공간
<연결> 전시는 제주도 생존자 모둠, 일반인 유가족 모둠, 인천 지역 전문 작가 모둠이 함께했습니다. 제주도 생존자 26명 중 13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치유 미술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포함했습니다. 대부분 화물기사였던 생존자들은 그림을 배운 지 9년이 되었고, 그들의 작품에는 시간이 흐르며 쌓인 감정과 성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일반인 유가족 모둠은 도자기 클래스에서 모여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만든 공예품을 선보였습니다. 열두 해라는 시간의 흐름과 남겨진 이들의 일상의 손길이 깃든 이 작품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억을 형체로 남겼습니다.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16명의 전문 작가들은 사회적 참사에 연대하며 지역과 경험을 넘어선 공감과 책임의 목소리를 작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작품 속에 담긴 기억과 치유
전시된 80여 점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소방 호스에 자신의 몸을 묶고 구조 활동을 벌인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의 작품 ‘다시 살고 싶은 욕망’을 비롯해, 김종찬 작가는 희생자들의 유품을 스케치하며 가슴이 미어져 한동안 그림을 이어나가지 못했다는 글을 작품에 직접 새기기도 했습니다. 박충 작가의 조형물 ‘바다에 핀 꽃’은 침몰하는 배를 삼킨 바다에 꽃을 꽂아 희생자를 애도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비극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돌보며 다시 세계와 연결되기 위한 과정의 기록이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관람객들의 추모와 공감의 메시지가 가득 채워졌습니다.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기억의 약속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추모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캐나다의 밴쿠버, 몬트리올, 토론토에서는 영화 ‘바람의 세월’ 상영회와 지성아빠와의 대화가 열렸습니다. ‘지성아빠’는 참사 이후 약 10년 동안 현장을 기록하며 5,000여 개의 영상을 촬영한 인물로, 그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참사 이후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이 상영회는 요크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시네마 달의 협찬으로 마련되었으며, 영화는 무료로 상영되었습니다. 지성 부모님이 캐나다를 방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자발적인 후원으로 조성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토론토에서는 4월 25일, 코로네이션 공원에 ‘기억벤치’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10주기 때 설치가 시작된 이 벤치는 12주기를 맞아 비로소 제막식을 갖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4월 16일이 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기억을 나누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 담긴 상실과 일상의 회복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사건의 충격을 넘어,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생일’은 세월호로 아들을 잃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과 그 슬픔을 견디며 일상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설경구와 전도연의 연기는 유가족의 깊은 아픔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며 많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영화는 상실의 비극에 갇히지 않고, 생일 모임을 통해 기억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면모를 포착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멈춰 있던 가족의 시간이 다시 조금씩 흐르기 시작함을 암시하며,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을 전합니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공감해야 할 이유를 일깨워줍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14년 4월 16일은 한국 사회가 안전과 책임, 국가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게 만든 날입니다. 사고 초기의 오보와 지연된 구조, 이후 드러난 관리 체계의 허점과 정보 공개의 문제들은 단순한 해상 사고가 아닌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뒤흔든 사건이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참사는 광화문과 전국에 노란 리본을 달게 했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민들의 추모와 성찰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선박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재난 대응 조직이 개편되는 등 제도적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학교 수학여행 안전 지침이 강화되고 공공기관의 위기 대응 매뉴얼 점검이 일상화되는 등 우리 일상의 안전에 대한 기준이 새로워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현재진행형의 사건입니다.
기억하고 연결하며 나아가기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생생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연결> 전시는 생존자, 유가족, 예술가, 시민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아픔과 기억을 나누는 소중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이어지는 상영회와 기억벤치 제막식은 기억이 국경을 넘어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생일’은 상실의 깊이와 일상으로의 회복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며 우리에게 공감과 이해의 창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모든 움직임은 세월호를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 봉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그것은 고통의 재현이 아니라, 아픔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돌보며 서로를 연결하는 치유와 성찰의 과정입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 사건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통해 어떻게 더 안전하고 연대적인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12번째 봄, 우리는 여전히 기억하고, 묻고, 연결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